본문으로 바로가기
반응형

“인생의 찰나성을 예술로 극복하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집>

 

아트앤스터디

인문학 교육 포털. 진중권, 이정우, 강신주, 장의준. 대표 인문학자들의 인문학 특강!

www.artnstudy.com

권오숙 (영문학자)


154편의 셰익스피어 소네트

소네트란 이탈리아 어 소네토(sonnetto)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은 노래란 뜻이다. 시칠리아 학파의 대표시인 야코포 다 렌티니(Jacopo da Lentini)에 의해 1241년 경 처음 쓰인 이 시 형식을 단테, 페트라르카가 완성했다. 소네트는 14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서정시로 일정한 각운(韻) 규칙으로 음악성을 창출하며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했다. 소네트는 16세기 중반에 토마스 와이어트(Thomas Wyatt)에 의해 영국에 소개되었고 154편의 소네트를 남긴 셰익스피어가 소네트의 대가가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사랑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이탈리아 소네트 전통에서 벗어나 그 찬미의 대상이 여성이 아니라 젊은 귀족 남성이어서 많은 논란을 낳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름다운 운율과 그것이 창출하는 음악성, 수많은 시적 수사법과 놀라운 이미저리, 찬연한 시적 언어로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그 원류인 이탈리아 소네트를 능가하여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인생의 찰나성을 집요하게 성찰하다

남성에 대한 예찬과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로 많은 논란의 여지를 지니고 있는 셰익스피어 소네트의 의미와 가치는 인생의 찰나성에 대한 집요한 성찰에 있다. 대부분의 소네트에서 젊은 귀족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와 동시에 그 아름다움을 소멸시킬 시간의 파괴적 힘과 죽음, 짧은 인생에 대한 명상이 이루어진다. 바로 이 점이 셰익스피어 소네트 연작이 구축한 독특한 세계이다. 단순한 사랑의 노래가 아니라 삶의 허망함과 유한성에 대한 성찰이 담긴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시인은 상대의 찬란한 아름다움이 잔인한 시간에 의해 파괴되고 사라질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의 시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영속시키고자 한다. 그 대표적인 시가 바로 18번 소네트이다.

소네트 18번

나 그댈 여름날에 비하리까 ?
그대 더 사랑스럽고, 더 온화하오이다.
거친 바람이 오월의 고운 꽃봉오리 흔들고
여름날은 너무 짧소이다.
때로는 태양빛 너무 뜨겁고
그 황금빛 자주 흐리오이다.
무릇 아름다운 것 언젠가 우연에 의해, 아님
잔인한 자연의 변화 따라 그 고움 이우나이다.
허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 그 고움 잃지 않으리,
또한 죽음은 그의 그늘 속을 그대가 헤맨다 자랑 못하리,
그대 이 영원한 시(詩) 속에서 영원토록 살리니.
인간이 숨쉬고, 눈이 볼 수 있는 한,
이 시가 살아 그대에게 생명을 주는 한. (필자 역)

시인이 이 시편에 담은 이런 장담은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4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의 소네트를 읽으며 400년 전 지구상에 존재했을 한 아름다운 귀족 청년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실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시인이 목도한 아름다움을 400년 동안 살아 있게 한 것이다.


필자 소개권오숙 (영문학자)
권오숙은 셰익스피어 학자로서 현재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셰익스피어 학회 교육이사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셰익스피어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인문고전 깊이 읽기: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다』,『셰익스피어와 후기 구조주의』(2008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 학술도서),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2005 학술진흥재단 선도연구자 지원 사업선정),『청소년을 위한 셰익스피어』(2011 대한출판협회 선정 올해의 청소년 도서) 등이 있고 『살로메』,『맥베스』,『오셀로』등을 번역했다.

“인생의 찰나성을 예술로 극복하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집>

 

아트앤스터디

인문학 교육 포털. 진중권, 이정우, 강신주, 장의준. 대표 인문학자들의 인문학 특강!

www.artnstud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