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생활(言語生活)과 규범(規範)
한글맞춤법과 같은 어문규범(語文規範)은 까다롭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인식(認識)되지만 한편으로는 꼭 지켜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國立國語院) 국어생활종합상담실(國語生活綜合相談室)로 들어오는 연간 17만~18만 건의 문의 대다수는 어문규범에 대한 문의(問議)이다.
한 번은 비속어(卑俗語)가 잔뜩 섞인 글의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맞게 쓰였는지 확인(確認)해 달라는 문의가 있었다. 한글맞춤법은 표준어(標準語)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비속어의 표기(表記)에 대해서 '맞다, 틀리다'를 안내(案內)하기 어렵다.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원칙(原則)은 이것이고, 이것도 허용(許容)됩니다"라고 답하자 "원칙으로만 알려주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속어라도 맞춤법에 맞게 쓰고 싶고, 띄어쓰기는 원칙에 맞게만 쓰고 싶어 하는, 어문규범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일화(逸話)였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의 '한글맞춤법 영향 평가(影響評價)' 결과에서는 '한글맞춤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의 질문(質問)에 '그렇다'는 답변이 84%, '언어생활에서 한글맞춤법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가'에 '그렇다'는 답변(答辯)이 66.8%로 나타났다. 한 구직 사이트 설문조사(設問調査)에서도 관심 있는 이성(異性)이 채팅에서 맞춤법을 계속 틀리면 호감(好感)이 떨어진다는 응답이 88.8%나 되어 언어생활에서 맞춤법을 매우 중요(重要)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성 통화(音聲通話)보다 채팅앱을 이용하는 일이 더 많아진 요즘, 의사소통(意思疏通)에서 표기의 중요성이 더 커진 이유(理由)도 있을 것이다.
언어 규범은 언어생활을 어렵고 불편(不便)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편리(便利)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날마다 변하는 언어 현실을 규범이 바로바로 따라가기는 어렵겠지만 국립국어원은 지속적인 조사(調査)와 연구(硏究)를 통해 언어규범의 현실성(現實性)과 합리성(合理性)을 높여 나가고자 한다. | 이윤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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