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각사(麟角寺) 일연 비석(一然碑石) 수난기(受難記)
인각사(麟角寺) 일연 비석(一然碑石) 수난기(受難記) "세상 삼킬 불길이 치솟아 산하(山河)가 온통 잿더미 되어도/이 비석(碑石)만은 홀로 남고 이 글만은 닳지 마소서." 당대의 문인 민지(閔漬)가 쓴 일연(一然) 비문의 마지막 구절이다. 비석을 세우기로는 1295년, 겁화(劫火) 속에도 의연(依然)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念願)이 눈에 밟힌다. 몽골(蒙古)과의 전쟁을 치른 직후였다. 황룡사 구층 목탑(皇龍寺九層木塔)이 하릴없이 타버린 전쟁터가 이 비석을 세운 인각사에서 멀지 않다. 그러니 잿더미라는 말이 어찌 한낱 비유일까. 비문(碑文)은 앞면의 일연 일대기를 비롯해 뒷면의 건립기(建立期)까지 무릇 3,500여 자의 긴 글이었다. 이를 모두 왕희지(王羲之)의 글씨에서 한 자 한 자 찾아내 모았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