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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우리로 치면 일제강점기였던 1938년에, 프랑스 거장 장 르누아르 감독은 ‘야수 인간’을 통해 인간의 동물성을 이미 영화적으로 탐구했어요.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장 가뱅이 철도기관사로 나오는 이 작품에서 그는 직장 상사의 아내인 ‘세브린’의 정부(情夫)가 돼요. 사랑에 눈먼 세브린은 가뱅에게 남편을 죽여 달라 사주하고, 소심한 가뱅은 남편을 죽이지 못해요. 그런데, 그다음 펼쳐지는 미친 장면이 뭔지 아세요? 갑자기 가뱅이 세브린을 목 졸라 죽여요. 왜냐고요? 영혼 속에 꾹꾹 눌려 있던 살인 본능이 활화산처럼 폭발해서죠. 가뱅은 결국 달리는 기차에서 몸을 던져요. 내 안의 괴물을 죽이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 죽는 일뿐이니까요.
[2] 이와는 반대로, 지난달 국내 개봉한 영화 ‘위키드’는 악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집단과 사회에 의해 제조된다는 메시지를 품었어요. 판타지 소설이자 영화인 ‘오즈의 마법사’의 외전(外傳) 격인 이 영화는 기괴한 고깔모자를 쓴 채 지팡이를 타고 날아다니는 무시무시한 ‘서쪽 마녀’의 탄생기죠. 중요한 건 제목이에요. 왜 ‘마녀(Witch)’나 ‘마법사(Wizard)’ 같은 명사가 아니라 ‘사악한(Wicked)’이라는 형용사가 제목인지만 살펴봐도, 이 영화가 선악 간 대결이 아니라 ‘악’이 탄생하는 사연에 주목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죠. 평범하고 무기력한 다수가 스스로 보호하고 구분 짓기 위해 나와 다른 유능한 존재를 향해 붙이는 주홍 글씨가 ‘악’이니까요. 악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죠.
[4] 아, 성정(性情)은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갈수록 헷갈려요. 마더 테레사의 선의지는 타고난 걸까요, 절박한 경험과 의지의 결과물일까요? 미친놈은 미친놈으로 태어나는 걸까요, 세상에 의해 미친놈으로 길러지는 걸까요, 아니면 원래 미친놈이 때마침 미친 세상을 만나 가일층 미친 짓에 매진하게 되는 걸까요? 이해 불가한 일들이 세상엔 점점 늘고 있어요.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자동차 뒤창에 붙인 채 난폭운전을 하는 놈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김치찌개만 30년’이라는 간판을 붙여놓고는 그 밑에 ‘비빔밥도 있어요’라고 써놓은 음식점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제정신으론 살아가기 힘들어요. 정말.
[이승재의 무비홀릭]악인은 타고나는 걸까, 길러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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