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울과 피곤, 선잠의 세계
[에세이] 우울과 피곤, 선잠의 세계당신은 나의 염세가 궁금하다 했던가나는 피곤과 우울을 구별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 피곤하다. 눈이 감긴다. 다시 말해 우울하다. 커피와 운동이 주는 각성을 빌려 몸은 자는데 정신만 붕 떠있다. 아니 반대인가. 정신은 이미 쇠락하여 언덕 너머 뒤안길에 남겨진 채 삶은 흐르는데 젊은 몸은 방황하며 헤메인다. 몸과 정신의 흐릿해진 경계. 흩뿌려진 안개만큼이나 모호하다. 피곤이 먼저인가 우울이 먼저인가. 가능성의 꽃봉오리가 피어나기도 전에 저물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야 할텐데, 꽃은 피어나야 할텐데. 나는 해를 향해 기지개 피우기보다는 어둠에 가려져 고개를 떨군다. 행위가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가, 나의 존재가 일생에 걸쳐 행위하도록 이끄는가. 나는 결정되고 매듭지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