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한 왕 멍한 신하
둔한 왕 멍한 신하 삼국유사(三國遺事) '처용랑 망해사'(處容郞 望海寺) 조에 대한 이어령(李御寧) 선생의 해석은 압권이다. 이 조는 처용의 존재를 알려주는 기록으로만 널리 알려져 있다. 울산(蔚山) 바닷가에서 만나는 헌강왕(憲康王)과 동해 용. 포구(浦口)를 가득 덮은 안개를 물리친 용에게 왕은 절을 지어 보답하는데, 용은 막내아들 처용을 왕에게 달려 보낸다. 경주(慶州)에 온 처용이 겪는 이런저런 일 가운데 절정(絶頂)은 처용의 아내가 전염병(傳染病)의 신으로 표현된 외간 남자와 벌인 불륜(不倫)이다. 처용이 밤늦게 '들어가 자리 보니/가랑이가 넷'이라는 충격적인 대목. 그러나 처용 이야기는 '처용랑 망해사' 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어령 선생의 지적은 여기부터 시작한다. 바야흐로 신라 말기(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