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 언어로 살아온 삶, 이 아름다운 시를 널리 알려야겠다
[최재천의 책갈피]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메리 올리버, 민승남 옮김
"난 아주 단순한 글을/ 쓰고 싶어,/ 사랑에 대해/ 고통에 대해/ 당신이 읽으면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읽는 내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도록 ('난 아주 단순한 글을 쓰고 싶어' 중)"
2021년 가을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읽다가, 감사의 글 마지막 문장에서 메리 올리버를 만났다. (고맙게도 골딘은 작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김승진은 올리버의 시를 이렇게 옮겼다.
"그러는 동안, 맑고 푸른 저 높은 하늘에서는 기러기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네.('기러기' 중)"
같은 해 11월 출간된 시집 <기러기>에서 옮긴이 민승남은 또 이렇게도 옮겼다.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 다시 집으로 향하지."
새해 들어 올리버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찾아왔다.
"난 형용사를 좋아하진 않지만, 세상은/ 내 마음을 형용사들로 가득 채우지./ 심지어 나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까지 상상하지.(<상상해봐> 중)"
육십 평생을 가장 세속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가장 세속적인 언어로 살아왔다. 그래서 시가 필요하다. 정제된 형용사가 필요하다. 시를 읽어야 한다. 그리곤 내가 읽은 아름다운 시인과 시편을 널리 알려야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이렇게 읽는 것조차도, 알리는 것 조차도 버거운 일인데 번역한다는 것, 그것도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 것인가. 번역자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남겨놔야겠다.
"우리 기쁨에 떠네, 우리 슬픔에 떠네./ 기쁨과 슬픔, 한 몸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멋진 공존인지.// ('우리 기쁨에 떠네' 전문)"
이전 시집 <기러기>에서는 이렇게 읊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블랙워터 숲에서' 중)"
그리곤 이번 시집에선 생의 끝자락을 이렇게 노래했다.
"나 영원히 팔팔함 잃지 않기를,/ 나 영원히 무모함 잃지 않기를.// 친구여, 이 몸 재가 되면/ 바다에 뿌려// 여전히 움직임 즐기면서/ 여전히, 그 무엇보다도,// 세상을 위해 춤출 준비가 되어/물거품 속에서 뛰놀게 해주기를.// ('기도' 전문)"
세속적 언어로 살아온 삶, 이 아름다운 시를 널리 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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