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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명의 사망자를 낸 차량 돌진 사건이 발생한 중국 광둥성 주하이 스포츠센터 광장 앞에 놓인 조화들을 13일 센터 직원이 수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Global Focus - ‘묻지마 범죄’ 잇따르는 중국

마트 흉기난동·차량 돌진 등
두달새 5건 발생해 46명 사망
‘안전국가’ 자화자찬하다 망신

개인이 목소리 내는 창구 없어
경기침체속 불평등 갈등 심화
억압적 통제 방식 불만만 키워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최근 5년간 중국의 공공 안보 상황은 안정되고 개선됐습니다. 살인, 범죄, 총기 사건 발생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가 바로 중국입니다.”

지난 5월 27일 중국 공안부가 밝힌 내용이다. 공안부는 구체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제기된 형사 사건 수는 2019년 대비 12.9% 감소했고 살인 등 심각한 폭력 사건 수 역시 10.7% 줄었으며 중국의 살인 비율은 10만 명당 0.5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심상치 않다. 공안부가 자랑했던 ‘안전한 중국’이라는 명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묻지마 범죄’ 9일 새 3건 발생…43명 이상 숨져 = 최근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시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건이다. 11일 60대 남성이 차량을 몰고 스포츠센터로 돌진해 센터에서 운동을 즐기던 시민 3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다쳤다. 민간인 37명이 사망한 2014년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칼부림 테러 사건 이후 10년 만에 최다 사망자를 냈다. 16일에는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이싱(宜興)시의 한 대학에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졸업 실패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이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8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이 학교 졸업생인 가해자는 미리 써놓은 유서에서 임금 체불과 장시간 노동 등을 지적했다. 이어 19일에는 오전 등교 시간 후난(湖南)성 창더(常德)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차량 돌진 사건이 발생했다. 9일 새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가 세 건이나 발생한 것이다.

올해 이 같은 무차별 범죄는 간헐적으로 계속 있어 왔다. 지난 9월 상하이(上海) 대형마트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사망했고 지난달에는 베이징(北京)의 유명 학군지 내 초등학교 앞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 어린이 3명을 포함해 5명이 다쳤다. 수도 베이징의 한복판에 위치한 명문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무차별 사건이라는 점에서 특히 큰 충격을 줬다. 외국인을 겨냥한 분노 범죄도 있었다. 6월에는 지린(吉林)성의 한 공원에서 대낮에 미국인 대학 강사 4명이 흉기 피습을 당했고 같은 달 일본인 모자(母子)가 학교 통학버스 앞에서 습격을 당해 다쳤다. 9월 한 일본인 초등학생은 학교 근처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서 비롯된 무력감과 분노 =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가 무차별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부의 불균등한 분배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한다. 이러한 느낌은 폭력적인 행동이나 무차별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인 마틴 K 화이트와 중국 전문가인 스콧 로젤 미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센터 공동센터장이 함께 실시해 내놓은 설문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가난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불균등한 기회’를 꼽은 것을 알 수 있다. 가난의 원인을 나의 능력 부족, 노력 부족이 아닌 사회 시스템에서 찾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일련의 ‘묻지마 범죄’가 벌어진 뒤 중국 SNS에선 범죄를 벌인 가해자에 대한 비판이 대다수지만 이러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놓고 중국의 경제 상황을 탓하는 글들도 있다. 경제 상황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아무 죄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과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불만이 ‘묻지마 범죄’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중국인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억압적인 통제 방식은 이러한 불만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내놓은 ‘2024 세계자유보고서’에서 중국의 글로벌 자유 지수는 100점 만점에 9점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부 수반이 선출되지 않았고 야당이 없는 점,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이 없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갈등 관리하라”지만 제반 상황 여의치 않아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주하이 차량 돌진 사건 이후 가해자를 엄벌에 처할 것을 지시하면서 “위험 원인의 예방·통제를 강화하고, 갈등과 분쟁을 적시에 해결해 극단적 사례의 발생을 엄중히 차단하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사회 통제망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장 리우 미 피처 칼리지 정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중국은 사회가 불안정해지면 공공 안보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 대응한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전례 없는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이는 고갈된 국가 금고에 더 큰 압박을 가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의 무차별 범죄, 폭력은 경기 침체에 대처해야 하는 중국에 더욱 ‘가혹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련의 사태로 중국의 전국적인 감시 카메라 시스템과 데이터 중심 경찰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도 나온다. 수잔 스코긴스 미 클라크대 정치학과 조교수는 최근 중국 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범죄들에 대해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아는 경찰국가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에게 ‘안전한 중국’이라는 명제는 본인의 자유 침해까지도 감내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은 더 이상 중국이 일반 시민들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4월 중국의 대형마트 ‘푸디’의 지점 폐쇄에 항의하는 직원들 모습. 중궈라오궁텅쉰 홈페이지 캡처



파업·시위 등 집단행동 상반기에만 719건… 절반은 임금체불 때문

올해 상반기 중국 전역에서 700건이 넘는 시위, 파업 등 집단행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 위기가 이어지면서 사회적 긴장이 커졌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21일 홍콩의 중국 노동감시매체 중궈라오궁텅쉰(中國勞工通訊)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전역에서 총 719건의 집단행동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발생한 696건보다 증가한 수치다. 올해 발생한 시위들의 주요 원인은 건설업계의 임금 체불로, 총 344건(47.8%)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0건(46.0%)보다 많다. 임금 체불, 공장 폐쇄와 관련된 제조업 부문 시위가 233건으로 32.50%를 기록했고 서비스업이 64건으로 8.90%, 물류업이 32건으로 4.45%를 차지했다. 교육 부문과 정부 기관에서도 각각 8건과 6건의 시위가 발생했다. 교육 부문에서는 교사들의 임금이 미지급돼 교사들이 파업을 벌인 일이 있었으며 정부 기관에 대한 시위는 상수도 회사, 곡물국 직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해 벌어졌다.

시위의 이유 대부분이 이처럼 임금 체불이라는 사실은 중국의 경제 위기가 심각하다는 점을 거듭 드러낸다. 특히 부동산 경기 악화로 발생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문제가 가장 빈번한데 상당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3년 동안 진행된 작업에서 비롯됐다. 지난 6월에는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공항 건설 작업을 하던 100여 명의 노동자가 임금 체불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국영 건설 기업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정저우시 정부가 나서서야 사태가 해결됐다.

제조업체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섬유 및 의류 제조업의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규제로 해외 업체들에서 들어오던 주문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지난 3월에는 주로 코트를 만들어 수출하는 한 회사가 수십 명의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못해 시위가 발생했다. 지방 당국이 개입해 지난 7월 공장은 정리됐지만 여러 명의 직원은 아직도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매업체들의 폐쇄로 인한 시위도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았던 일은 지난 3월 인기 케이크 브랜드 ‘슝마오부쩌우’(熊猫不走)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직원들이 항의한 일이다. ‘슝마오’는 동물 ‘판다’를 가리키는 중국어로, 케이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판다 인형탈을 쓴 ‘판다맨’이 케이크를 배달해주며 춤을 추고 마술 등의 공연을 펼치는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 항저우(杭州) 등 24개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었으며 2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경기 악화 등의 이유로 갑자기 폐업하게 됐고 약 1000명에 달하는 직원이 3~4개월치의 월급을 받지 못했다. 한때 중국 내 유통 시장을 호령했던 프랑스 업체 까르푸도 중국 내 매장을 줄줄이 폐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매장 폐쇄 및 임금 미지급에 대해 항의했다.

불평등 심화되고, 국가는 찍어누르고… 분노로 터지는 中[Global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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