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category 名文---명작칼럼 2024. 5. 24. 09:55
반응형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문명의 덫에 걸려 파닥거리는 남성들. 그들은 누구인가. 지은이 슈바니츠는 ‘남자의 나라’가 이 책의 주제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막강했던 ‘남성제국’의 역사를 얘기하며 그 나라...

www.khan.co.kr

 

문명의 덫에 걸려 파닥거리는 남성들. 그들은 누구인가. 지은이 슈바니츠는 ‘남자의 나라’가 이 책의 주제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막강했던 ‘남성제국’의 역사를 얘기하며 그 나라가 왜 몰락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여성 독자들에게는 남자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용납해달라고 부탁한다.

▲문명의 세계에서 남자란 누구?

실상 문명은 여자가 고안한 것이다. 문명의 본래 목표는 남자를 길들이는 데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인류는 문명이라는 팻말을 내건 평화구역 하나를 만들었다. 그 수단은 섹스. 바로 이것이 남자를 이분화시켰고 두 얼굴을 가지게 했다. 남자는 외부세계, 즉 적들에 대해서는 강한 투사이고 야만적이어야 했다. 그러나 내부세계, 즉 원하는 여자에게는 유순하고 사랑스런 존재여야 했다. 문명의 발달은 남자가 점점 길들어감을 의미한다.

힘든 막일은 기계가 맡아서 해결하는 사회, 여자의 미덕인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되는 이 행복한 사회에서는 남성적인 것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 과거에 남자가 조달했던 재화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에서 여자들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내가 저 남자와 살아야 하는가?’. 남편은 뜯어볼수록 초라하다. 털로 뒤덮인 산적같은 모습이 역겨워진다. 게걸스런 식습관, 숨막힐 듯한 땀냄새, 상스럽고 요란한 걸음걸이, 수준 미달의 의사소통 능력, 절망에 빠지게 하는 고집, 역겨운 고함소리, 괴물같은 성기, 구역질 나는 입냄새.

여자의 욕구에 맞춰 남자는 부지런히 변신을 해야 한다. 여자의 사회적 신분은 그가 소유한 남성에 의해 결정된다. 신데렐라 모티브는 동화 속의 왕자를 통해 현대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은 신데렐라를 꿈꾸는 모니카 르윈스키의 저돌적 공격을 막아낼 능력(이성)이 없었기에 일어났다. 그녀가 그를 하늘처럼 바라보고 찬양하는 순간, 그는 자신을 왕자라고 여겼다.

권력은 여자에게 최음제처럼 작용한다. 여자는 남자를 경쟁사회로 내몬다. 이제 남자는 선택받으러 사방으로 찾아다녀야 한다. 여자를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피임약은 급기야 여자들의 정조관념을 집밖으로 내몰았다. 남성들의 마지막 무기인 임신시킬 권리마저 사실상 낙태권을 쟁취하여 무력화시켰다. 완전한 독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는 이제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가정해체 위기는 곧 남성의 위기. 아버지의 역할은 사회보조금, 양육보조비 등 국가기관의 후견업무가 대신한다. 여자들은 어머니라는 직업으로 ‘종족 재생산’에 대해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정을 지켰던 징표 내지 중요한 증여물들이 하나 둘 사라져간다.

과거에는 남녀관계 혹은 가정에 평화를 가져다주던 섹스도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섹스는 과거엔 남자의 자산이었으나 이제는 너무 흔하다. 오늘날 섹스는 효과가 더욱 센 마약을 복용하게 만드는 미약한 환각제처럼 되었다. 아버지로서 가정에 충실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졌던 섹스 개념은 물건너갔다. 현대사회의 남자들, 그들은 누구이며 할 일은 무엇이며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가?

 

▲남자는 만들어진다. 그래서 허약하다?

남자라는 존재는 아주 불안한 생활감정을 지닌 특별한 종족으로서, 그 구성원들은 늘 자기 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곤경에 처해 있다. 남자는 인위적이고 여자는 자연적이다. 즉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이고 남자는 추후에 남자로 만들어진다. 여자는 어떤 일을 덧붙이지 않아도 여자 그 자체이다. 그러나 남자는 사회적으로 조직된 통과의례를 거쳐야 비로소 남자가 된다. 동·서양에 널리 퍼져 있는 성인의식이 한 예이다. 남자들은 영웅적으로 행동해야 할 처지에 곧잘 놓인다. 그 영웅적 행동의 크기에 비례하여 불안감도 커진다.

남자는 깨지기 쉬운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충분히 남성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으로 고통받고 있다. 거침없이 행동할수록 그의 심리상태는 그만큼 불안하다. 오만방자하게 행동할수록 그의 자아 신뢰감은 그만큼 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남자임을 확증할 수 있는 혹독한 의식을 주기적으로 치러야 한다.

자라나는 공포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예민한 감정을 무디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과 기분의 동요를 무시해야 한다. 남자의 영역은 외부세계다. 거기서 행복을 느낀다. 남자들은 객관적인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취미를 갖는다. 취미는 내면세계로부터 도주하여 자신의 작은 나라를 경영할 수 있다. 그러나 여자는 취미를 갖고싶어 하지 않는다. 여자는 자신의 내면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내면세계는 대화, 독서, 영화와 판타지물의 소비를 통해서 키워진다. 그래서 남자는 항상 여자의 알몸을 보고싶어 하는 반면에 여자는 항상 남자의 벌거벗은 영혼을 보고싶어 한다.

▲사랑과 갈등의 정체

남자는 여자를 정복하지만 여자는 그 남자의 여주인이 된다. 사랑은 여자가 지배하는 영역 속으로 남자가 몸을 던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사랑은 여자가 정권을 잡는 시간이다. 이제 남자는 여자에게 충성을 바친다. 여자의 발밑에 엎드려 아양을 떤다. 여자의 몸은 아름다운 것으로 묘사되며 성역처럼 숭배받는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갈등도 저 혼자 생겨 이륙한다. 그리고 사랑처럼 눈을 멀게 한다. 쌍방간의 평가절하 경쟁이다. 갈등은 사랑의 시체를 뜯어먹으며 살을 찌운다. 사랑과 갈등은 그렇게 대칭적인 의사소통의 두 형식이다.

남자는 평생의 동반자를 얻고도 그녀에게 잠재적 위협을 느낀다. 항상 신경 쓰이는 존재이다. 버림받을 수도 버릴 수도 있다. 남자는 불신의 눈으로 그녀를 추적한다. 그리고 일생 동안 감시한다. 어언 남자는 독재자가 된다. 남자의 세계에서는 묵중한 갈등이 정상적이듯이, 여자에게는 갈등회피적 게릴라전이 정상적이다. 여자가 대규모 전쟁에서 속수무책이듯이, 남자는 게릴라전에서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남녀관계에서 전면전이란 흔치 않다. 그래서 남자들은 여인들의 게릴라전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매일 조금씩.

 

▶섹스, 그 허망함에 대하여

“그것은 얼마나 장대한가! 우스우리만큼 자부심에 차 있으며 힘이 넘쳐 터질 듯하다. 에너지의 승리! 밑둥으로부터 하늘로 우뚝 솟은 나무의 대간(大幹). 중력의 거부! 낙관주의의 횃불, 자기 신뢰의 알레고리. 그러나 아, 괴롭구나. 패배했을 때는 그 어찌 슬픈지! 이 세상에 이보다 가련한 것은 없다!

이제 이것은 가련함을 그대로 옮겨놓은 임화(臨畵)가 되고, 힘의 상실의 정수, 멜랑콜리의 원형이 된다. 모든 축처진 것들의 이미지 중에서 그것은 최후통첩을 받은 것, 붕괴를 눈앞에 둔 것이다. 시든 페니스보다 더 깊이 가라앉을 수 있는 것은 없다”(293쪽)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문명의 덫에 걸려 파닥거리는 남성들. 그들은 누구인가. 지은이 슈바니츠는 ‘남자의 나라’가 이 책의 주제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막강했던 ‘남성제국’의 역사를 얘기하며 그 나라...

www.khan.co.kr

반응형